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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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韓濩, 1543년 - 1605년)는 조선의 서예가이다. 본관은 삼화, 자는 경홍(景洪), 호는 석봉(石峯)이다. 정랑(正郞) 한관(韓寬)의 손자이다. 후세에 서예의 명인이라 불리웠으며, 명나라의 명필가 주지향(朱之香)은 한호를 가리켜 왕희지(王羲之) 및 안진경(顔眞卿)과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비유할 정도로 글 솜씨가 뛰어났다.

[편집] 생애

1533년 개성에서 떡장수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살림이 매우 가난하여 돈이 없어서 서당을 다니기는 커녕 먹과 종이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아리나 돌 위에 손에 물을 찍어서 글씨 연습을 하였다. 매일같이 꾸준히 연습을 하자 글씨를 쓰는 솜씨가 차츰 나아지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이에 자극을 받아 한호를 조선 최고의 명필가로 만들려고 생각한 그 어머니는 한호를 유명한 절로 들여보내 공부를 시키게 하였다. 한호의 스승인 승려는 한호를 가르치면서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그의 글 솜씨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한다.

절에 들어가 공부를 한 지 10년 후, 어느 날 한호는 어머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밤에 몰래 절에서 빠져 나와 집으로 찾아왔다. 돌아와서 이미 공부를 많이 해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하자 어머니는 한호를 불을 끈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자신은 칼로 떡을 썰고 한호는 글씨를 붓으로 쓰게 하여 둘의 솜씨를 비교해 보자고 하였다. 보니, 어머니가 썬 떡은 크기나 두께가 모두 똑같아 보기가 좋았는데, 한호가 쓴 글씨는 서로 제각각 비뚤비뚤하여 보기가 흉했다.

이에 어머니는 한호를 크게 꾸짖으며 자신의 떡처럼 눈을 감고도 글씨를 고르게 쓸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집에 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엄명을 하여 한호를 다시 돌려보내 공부하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 내려져 오고 있다.

그의 일화에서 보듯이 한호의 집안은 어머니가 떡장사를 할 정도로 가난하였지만, 어머니의 정성은 여간 아니었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와 그의 피나는 공부로 왕희지와 안진경의 필법을 익혔으나, 한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뛰어난 평필가들의 필법을 연구하여 해서, 행서, 초서 등에 모두 뛰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한호는 그 때까지 중국의 서체와 서풍을 모방하던 풍조를 깨뜨리고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하여 석봉류의 호쾌하고 강건한 서풍을 만들어냈다.

1567년 25세 때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여 와서별제(瓦署別提), 사헌부 감찰(司憲府監察), 가평군수(加平君守), 흡곡현령(谷縣令守) 등을 지냈다. 한호는 사자관(寫字官)으로서 국가의 주요 문서 및 외교 문서를 도맡아 작성하며 지냈는데, 그 동안 사신을 따라 몇 차례 명나라에 다녀 왔다. 사신을 따라 명나라에 갈 때마다 한호는 연석이 벌어진 자리에서 특유의 정교한 필법으로 글씨를 써서 동방 최고의 명필로 아낌 없는 칭송을 들었으며, 명나라의 여러 고위 관료들로부터 종종 왕희지와 비교하는 평판을 들었다.

선조는 한호가 쓴 글씨를 항상 벽에 걸어두고 감상하였으며, 명나라의 장수들도 한호에게 친필을 부탁하여 얻어 가지고 갔다.

1605년 죽었다.

이와 같이 필명을 떨친 한호의 글씨는 현재 그 진본이 전해지지는 않고 있으나 석봉서법이라든가 석봉천자문과 같은 책이 모간본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의 흔적들 더듬어 보게 한다. 그러나 그의 글씨로 비문이 많이 남아 있어 탁본으로 유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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