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신철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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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 신철자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1948년부터 1954년까지 한국어 표준 맞춤법으로 쓰였던 규범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한글 맞춤법 가운데 형태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이를 위해 기존의 한글 낱자 이외의 다섯 개의 닿소리와 한 개의 홀소리를 위한 기호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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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역사
조선어 신철자법은 김두봉을 중심으로 한 조선어문연구회가 1948년 1월 15일 제정·공포하고 1950년 4월 15일 간행했다. 연구회는 새 철자법을 널리 보급하려 했으나 얼마 안 있어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맞춤법을 새로 만들게 되었다. 전쟁 기간을 빼면 이 철자법이 실질적으로 쓰였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 셈이며, 그나마 전문 서적에만 시험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뭇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김일성은 남북 문자 체계 사이의 괴리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호가 추가된 신철자법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두봉은 뒷날 풀어쓰기도 도입하려 했으나 김일성의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동안 남쪽에는 어떤 철자법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1990년대 말 만주의 언어학자들을 통해 복사본이 전해지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편집] 개요
조선어 신철자법은 철저한 형태주의적인 표기법으로, 서문에서 조선어문연구회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표음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통일안보다 어근을 밝혀 적는 경향이 더하며, 사이시옷처럼 어근의 음운이 결합하면서 나는 발음을 밝혀 적지 않는다.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자리나 /ㄴ/ 발음이 삽입되는 자리에는 사이표(’)를 넣어 준다.
신철자법 | 발음 | 대한민국 현행 |
---|---|---|
이’몸 | /인몸/ | 잇몸 |
어금’이 | /어금니/ | 어금니 |
길’짐승 | /길찜승/ | 길짐승 |
문’자 | /문짜/ | 문자 |
새’맑앟다 | /샌말갇타/ | 샛말갛다 |
사이표는 조선어 철자법에서도 유지되다가 1966년 조선말규범집이 나오면서 사라졌지만, 두음법칙를 적용하지 않는 것과 사이시옷을 밝혀 적지 않는 것은 지금 북조선의 철자법에서도 그대로 쓰이는 원칙이다.
ㅇ 받침 대신 옛이응을 받침으로 쓰며, ㄲ, ㄸ, ㅃ, ㅆ, ㅉ을 부르는 이름을 다른 낱자와 일관되게 하기 위해 ㄲ, ㄸ, ㅃ, ㅆ, ㅉ 받침을 허용한다(예: 씨읐).
[편집] 확장된 한글
조선어 신철자법에는 불규칙 활용을 규칙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섯 개의 한글 낱자가 보태졌다.
기호와 이름1 | 음가2 | 발음 | 불규칙 활용 | ||
---|---|---|---|---|---|
첫소리 | 받침 | ||||
닿소리 | ![]() |
/ɾ/ | /ㄹ/ | /∅/4 | ㄹ 불규칙 활용 |
![]() |
/l/ | /ㄹㄹ/ | /ㄹ/ | 르 불규칙 활용 | |
![]() |
/ʒ/ | /ㄹ/ | /ㄷ/ | ㄷ 불규칙 활용 | |
![]() |
/ʔ/ | /∅/4 | /ㅎ/ | ㅅ 불규칙 활용 | |
![]() |
/w/ | /ㅜ/5 | /ㅂ/ | ㅂ 불규칙 활용 | |
홀소리 | ![]() |
/j/ | /ㅣ/6 |
1. 여기서는 편의상 여린리을, 된리을, 반시읏, 여린히읗, 위읍, 여린이로 부르기로 한다.
2. 규정에는 “해당하는 음가”라고 되어 있지만 항상 음가에 해당하는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며, 외래어를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3. ‘죽는ㄹ(죽는리을)’으로도 부른다.
4. 소리내지 않는다.
5. 뒤따르는 홀소리와 결합해 ㅘ, ㅙ, ㅚ, ㅝ, ㅞ, ㅟ로 소리낸다.
6. 뒤따르는 홀소리와 결합해 ㅑ, ㅒ, ㅕ, ㅖ, ㅛ, ㅠ로 소리낸다.
이 가운데 반시읏과 여린히읗은 중세 한글에서 왔으며, 위읍은 ㅂ과 ㅜ의 모습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기호를 불규칙 활용에 적용하고 신철자법에 적힌 규칙대로 읽으면 문자상으로 불규칙 활용이었던 것이 규칙적인 것이 된다. 이로서 동사의 으뜸꼴이 고스란히 남을 수 있어서 형태주의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린리을은 ㄹ 불규칙 용언의 어간의 받침으로 쓴다. 예를 들어 ‘놀다’와 그 활용형 ‘노오’, ‘노신다’, ‘놉니다’를 여린리을이 받침이 되는 ‘놀다’, ‘놀오’, ‘놀시ㄴ다’, ‘놀ㅂ니다’로 쓴다.
- 된리을은 ‘흐르다’와 같은 불규칙 용언의 ㄹ 대신 쓴다. ‘흐르다’의 활용형 ‘흘리다’를 ‘흐릐다’로 쓴다. ‘르’의 모음을 유지한 채로 ㅣ를 겹쳐쓰는 데에 주목하라. /l/ 발음이 나는 외래어를 적을 때에도 된리을을 쓴다.
- 반시읏은 ㄷ 불규칙 용언의 어간의 받침으로 쓴다. 예를 들어 ‘깨닫다’와 그 활용형 ‘깨달어’, ‘깨달으니’를 ‘깨다ᇫ다’, ‘깨다ᇫ어’, ‘깨다ᇫ으니’로 쓴다.
- 여린히읗은 ㅅ 불규칙 용언의 어간의 받침으로 쓴다. 예를 들어 ‘(글·밥 따위를) 짓다’와 그 활용형 ‘지어’를 여린히읗이 받침이 되는 ‘지ᇹ다’, ‘지ᇹ어’로 쓴다.
- 위읍은 ㅂ 불규칙 용언의 어간의 받침으로 쓴다. 예를 들어 ‘곱다’와 그 활용형 ‘고와’를 위읍이 받침이 되는 ‘곱다’, ‘곱아’로 쓴다.
- 여린이는 ‘가지다’와 같은 불규칙 용언의 ㅣ 대신 쓴다. ‘가지다’의 활용형 ‘가져서’를 ‘가ㅈ1어서’로 쓴다.
이밖에도 ‘얼른’, ‘진달래’, ‘벌레’의 ㄹ이 겹쳐나는 곳처럼 “아무 뜻이 없이 나는 설측음”에 된리을을 쓰며, ‘광’, ‘왕’, ‘왜’처럼 “까닭없이 /w/ 발음이 나는 곳”에 위읍을 쓰되 ㅗ나 ㅜ는 적지 않는다. 또한 외래어를 표기할 때에도 새로운 기호를 그 발음에 따라 활용한다.
[편집] 으뜸꼴
술어의 활용형뿐만이 아니라 명사 형태로 변한 경우에도 으뜸꼴을 살린다. 예를 들어 ‘더위’는 위읍이 받침이 되는 ‘덥이’로, ‘걸음걸이’는 ‘거ᇫ음거ᇫ이’로, ‘받침'은 '받ㅊ1ㅁ’으로 적는다.
‘-ㅂ니다’의 ㅂ과 같은 음가는 앞 글자에 받침으로 적지 않고 따로 적는다. 예를 들어 ‘합니다’를 ‘하ㅂ니다’로 적는다. ‘-아(어)’, ‘-았(었)-’과 같은 활용의 경우 ㅏ와 ㅓ를 앞 글자에 합친다. 예를 들어 ‘슬프다’의 활용 ‘슬퍼’, ‘슬펐다’는 각각 ‘슬ᄑᅼ’, ‘슬ᄑᅼᆻ다’로 쓴다.
나ᇬ(‘나무’), 다ᇙ다(‘다르다’)처럼 몇몇 방언에서 보이는 용언의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ᇬ과 ㅭ 받침을 도입했다.
[편집] 평가
한국어를 읽을 때 생기는 거의 모든 변칙들을 일괄적으로 정리하여 규칙대로 읽으면 그대로 그 말이 된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에 없거나 다른 음운과 대립하지(구분되지) 않는 음운을 대표하는 새로운 여섯 개의 기호를 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편집] 참고 문헌
- 고영근, 《북한 및 재외교민의 철자법 집성》. 역락출판사. ISBN 89-88906-71-3
- 조선어문연구회, 〈새자모에 대하여〉, 《조선어 연구》 제2권 2호. ISBN 8955561040
[편집] 같이 읽기
- 한글 간소화 파동 - 비슷한 시기 남쪽에서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맞춤법 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