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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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Fantasy)란 플롯, 주제, 설정 등 예술의 주요 요소를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것들로 구성한 예술을 뜻한다. 판타지와 호러, 공상 과학은 흘낏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쉽게 구별된다. 판타지는 많은 작가, 화가, 음악가들이 차용한 형식이고, 고대의 신화와 전설로부터 현대 도시 전설까지 수많은 작품과 독자를 가지고 있다.
다른 픽션들과 마찬가지로, 판타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리얼리티와 굉장히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옛날 판타지는 이런 차이를 메꾸기 위해 신적인 개입, 마법, 초자연적인 능력 등을 상정했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 판타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이 판타지라 불리는 전형적인 정통 판타지 장르에서는 현실 세계와 완전히 다른, 마법이 판을 치는 판타지 세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게 된다.
과학 소설, 호러, 판타지 소설은 종종 함께 묶어 "픽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편집] 한국의 판타지
한국의 판타지 시장은 다른 나라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80년대 후반까지는 자생적인 판타지 장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SF의 하위 장르로서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 때 현재 판타지소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무협지였다. 90년대 초반 하이텔에서 이우혁 씨가 《퇴마록》을 연재하였고, 이는 한국에서 출간되어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판타지 소설로서는 최초의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판타지라고 하는 장르 정체성은 결여되어 있었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파라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판타지 소설의 장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지배적인 영향을 행사한 작품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이며, 이것을 사실상의 최초의 한국 판타지 소설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후 등장한 전민희의 《세월의 돌》이나 이경영의 《가즈 나이트》 등 출판업자와 소설가, 독자 모두가 "판타지 소설"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는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의 초기 판타지 소설의 특징은
- 컴퓨터 통신(이후 인터넷)이라는 양방향 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전파됨
- 현실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마법 세계를 상정
- J.R.R 톨킨에 의해 창조되고 D&D를 통해 정형화된 특정한 세계 설정의 아류
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판타지 소설은 김영삼 정부가 실업자 구제 및 독서 권장을 목적으로 허용한 도서대여점을 통해 더욱 확산되었다. 도서대여점은 한국에서 판타지 장르가 정착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일반 독자 수요에 비해 도서대여점의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이며 작품의 질에 둔감하며 다른 수요를 잠식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수요의 특징은 상업적인 장르문학의 변천과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이 한국에 수용되고 정착되어가면서 장르 내부의 독자-작가 공동체의 문화적 영향, 그리고 상업적 요구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의 판타지 소설이 외국과 다른 특이성을 가지게 된다. 차원이동소설은 주로 학생층의 대리 만족적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하여 창구로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연결하는 방안, 즉 차원 이동이라는 공상적인 개념을 도입한다. 이 유형의 판타지 소설들은 "공부는 평범하지만 운동은 잘 하는 남자 고등학생" 주인공이 "엘프, 드워프, 마법, 드래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로 차원 이동을 하여 모험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타지 소설이 한국에 수용되고 정착되어가면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민감한 상업적 장르문학 특유의 질적인 하락도 이루어졌다. 일단 도서대여점이라는 안정되고 품질에 둔감한 판매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권수를 늘리기 위하여 글씨 크기 증가, 행간 확대, 불필요한 내용 첨가 및 내용을 늘려 쓰기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좋은"글을 쓰는 작가보다 많은 글을 쓰는 작가가 출판업자에게 선호되었다. 이러한 점은 초기 판타지 작품들을 통해 장르에 입문한 독자들의 이반을 야기했으나, 이러한 현상은 도서대여점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시장의 상황에 극히 제한된 영향만을 주었고, 판타지 소설의 독자층 확대 - 기존 무협지의 독자들이 다수 포함된 - 와 맞물려서 판타지의 장르 정체성 변화를 가속화한다.
즉 판타지소설은 사실상 기존 무협지가 차지하던 위치의 일부분(주로 젊은 연령대)을 획득하는 형태로 한국에 수용되었고, 이런 상황은 시장이 차츰 "좀 더 무협지 같은 판타지"를 요구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무협지와 판타지의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지게 된다. 주인공이 판타지 소설의 배경세계와 무협지의 이른바 '강호'를 오가는 내용을 담은 "묵향", "이드"라는 소설이 일단 큰 인기를 얻게 되자, 이런 작품을 전범으로 삼아 이른바 "퓨전 판타지"라는 하위 장르가 형성되었다. 무협지의 기(氣) 체계와 서양의 마법 체계는 많은 면에서 서로 비교될 수 있기 때문에 흥미유발을 목적으로 이러한 소재가 많이 사용되었다.
한편 온라인 게임의 가상 현실 상에서의 모험을 다룬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도 성행하고 있다. 사실 판타지 장르의 형성과정에는 던전스 앤 드래곤즈(D&D)와 같은 TRPG 시스템도 많이 관여되어있고, 한국에서 판타지라는 장르의 수용과정 역시 RPG 게임도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게임, 특히 사용자에게 (주로 판타지적인)가상세계를 제공하는 MMORPG가 소설의 소재가 되기 쉽다. 이러한 소설의 수용층은 게임에 익숙하면서도 무협지의 영향을 적게 받은 학생층에게 편중되어 있다.
[편집] 더 읽을거리
- 반지의 제왕
- 판타지 문학
- 현대 판타지
- 판타지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