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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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獻宗, 1084년 - 1097년)은 고려의 제14대 왕(재위: 1094년 - 1095년)이다. 휘는 욱(昱), 시호는 헌종공상대왕(獻宗恭殤大王). 선종과 사숙태후(思肅太后) 이씨(李氏)의 아들이다.
[편집] 생애
헌종은 선종의 맏아들이자 사숙왕후의 소생으로 1084년 6월 을미일에 태어났으며, 1094년 5월 선종이 서거하자 그 유언에 따라 11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어린 왕인 헌종은 유아 시절부터 당뇨병에 시달려 매우 병약했으며,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처지였다. 이렇게 되자 왕권은 자연히 헌종의 어머니 사숙태후에게 넘어가 섭정이 시작된다. 사숙태후는 자신이 머물던 연화궁을 중화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고치고, 그곳에서 행정 및 국방을 포함한 모든 나랏일을 보았다.
이러한 왕실 상황에 많은 신하들은 시작부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미 덕종, 정종, 순종 등이 어리거나 연약한 아들보다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을 보아 왔던 신하들로서는 선종이 예상을 깨고 어린 아들을 왕으로 앉힌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헌종 즉위 당시 살아있던 선종의 동생들 가운데에서 왕위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물은 단연 계림공 왕희였다. 계림공은 선종 다음으로 나이가 가장 많아 형제들 가운데에서 서열이 높았다. 이 때문에 신하들도 계림공이 왕위를 이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선종은 자기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고 고려의 왕권은 헌종의 어머니 사숙태후에게 넘어갔다. 어린 헌종은 날이 갈수록 더욱 병약해졌고, 이 틈을 타 왕위를 노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자의는 헌종을 밀어내고 자신의 여동생이자 선종의 셋째 아내인 원신궁주의 큰아들 왕윤을 새로운 왕을 옹립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사숙태후와는 사촌사이로 호부상서로 있다가 헌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중추원사로 승격되었으며 권력욕이 강한 인물이었다. 특히 인주 이씨 가문이 그를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자의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병도 키우고 있었다. 그는 왕윤을 받들며 옥새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했다.
이렇게 되자 고려 왕실의 상황은 병약한 헌종을 제쳐 두고 왕실 세력을 대표하는 계림공과 외척 세력을 대표하는 이자의가 차기 왕위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이자의와 계림공의 힘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신하들도 둘로 갈라졌다. 평상사 소태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로들이 왕실 편이었고, 인주 이씨 세력을 포함한 평장사 이자위, 합문지후 장중 등은 외척 편이었다. 두 세력 가운데 어느 쪽이라도 기회만 생기면 가차 없이 상대편을 쳐야만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두 세력 중 선수를 친 쪽은 왕실 세력이었다. 1095년 7월 경신일 밤, 계림공은 은밀히 평장사 소태보를 찾아가 군사를 동원하여 이자의 세력을 척결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소태보는 상장군 왕국모에게 사람을 보내 이자의가 반란을 획책하고 있으니 궁중으로 군사를 이끌고 가서 왕을 호위해줄 것을 당부한다. 소태보의 연락을 받은 왕국모는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가면 양측간에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우선 장사 고의화에게 약간의 군사를 내주어 이자의를 암살할 것을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고의화는 군사를 이끌고 궁궐로 진입하여 궐내에 머무르고 있던 이자의를 선정문 근처에서 발견하여 죽이고, 그의 수하들을 선정문 밖에서 살해했다. 또 부하들을 이자의의 저택으로 보내 그의 아들 이작과 흥왕사 대사 지소를 죽였다. 이때 이자의 편에 섰던 신하들도 체포되어 함께 죽임을 당했다.
이자의를 비롯한 그의 수하들이 모두 살해되자 권력은 왕희와 소태보 등의 왕실 세력이 장악했다. 권력 다툼에서 이긴 계림공은 중서령에 임명되어 곧 왕위를 계승할 것이 확실해졌다. 모든 관리들은 궁궐 대신 계림공의 저택으로 달려가 나랏일을 의논하기 시작했으며, 계림공은 소태보 등의 측근 세력으로 조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조정의 백관들이 계림공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바뀌자 사숙태후와 헌종은 문서에 확인 도장이나 찍어주는 허수아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실질적인 권력도 가지지 못하고 계림공 세력에게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던 헌종은 1095년 10월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지병이 악화되어 스스로 선위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명백히 왕위 찬탈이었다.
상왕으로 물러앉은 헌종은 1097년 2월 흥성궁에서 14살의 어린 나이로 승하하였다. 사인은 당뇨병이었지만 그의 죽음을 재촉한 것은 왕위를 빼앗은 계림공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어리고 병약한 헌종의 집권은 1년 5개월로 짧게 끝났다. 능호는 온릉이다. 그는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가족은 없었다.
전 임 선종 |
제14대 고려왕 1094년 - 1095년 |
후 임 숙종 |
고려의 역대 국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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